Home 종교 배신의 시절(이준우 밸리커뮤니티교회 담임목사)

배신의 시절(이준우 밸리커뮤니티교회 담임목사)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소설가 겸 극작가 이자 평론가인 오스카 와일드의 우화적 단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 젊은 주정꾼을 만났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정꾼에게 ‘왜 그런 생활을 하고 있소?’라고 물었더니 주정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걷지 못할 때에 당신이 나를 고쳐서 걷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걸어 다닌 들 무엇을 먹고 살라는 말입니까? 그동안 직업을 구해 보았으나 만족한 직업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예수께서 한 창녀가 남자들 사이에서 희롱 당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여자에게 말했습니다. “어째서 이런 생활로 되돌아갔소?” “당신이 나를 창녀의 삶에서 건져 새 사람이 되게 해 주었지만 창녀에서 발을 뺀 들 무슨 행복이 있단 말입니까? 나는 더욱 고독해서 살 수가 없어서 다시 창녀의 생활을 시작했답니다.”
잠시 후, 예수님은 한 불량자가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곳에 왔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청년. 어째서 이런 생활을 하고 있소?” “나는 당신이 눈을 뜨게 해 준 맹인이었소. 그러나 눈을 뜨고 무엇을 보라는 거요. 보이는 것이 모두 화를 돋우고 귀찮고 화나는 세상입니다.
결국 나는 화풀이 겸 마구 치고 받고 하는 생활이 나에게 주어진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예수님의 은혜를 배반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테는 <신곡(神曲)>에서 배신자를 지옥 맨 밑바닥에 두었다고 했습니다. 저자의 과정이 있지만, 1구역은 림보 성현들, 2구역은 애욕의 죄를 지은 자들, 3구역은 탐욕을 부린 자들, 4구역은 낭비하거나 인색한 자들, 5구역은 화를 잘 내거나 태만한 자들, 6구역은 이교도들, 7구역은 폭력을 휘두른 자들, 8구역은 사기꾼, 9구역은 배신자들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배신자로 자기의 스승인 예수를 판 가룟 유다와 로마황제 줄리어스 시저를 암살한 그의 친구이던 브루투스와 카시우스가 있습니다. 이들이 있는 곳은 그 한가운데 세 개의 얼굴을 가진 악마대왕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얼굴마다 밑에는 박쥐모양처럼 생긴 날개가 둘 씩 있어 이걸 퍼덕이기만 하면 순식간에 바람이 일어나 모두를 얼어붙게 합니다.
여섯 개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세 개의 턱에서는 피 섞인 침과 눈물이 흘러 떨어집니다. 입마다 죄인 한명씩을 물어 찢고 있습니다.
정면의 사나이는 더 무참하게 발톱으로 찢겨 등가죽이 벗겨지고 등뼈가 훤히 들어나 있는데 이는 가룟 유다입니다. 그 머리는 악마대왕의 입안에 있고, 발 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단테는 남에게 피해를 줄수록, 특히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줄수록 지옥의 밑바닥에 처넣었는데 이 풍자를 통해 인간이 짓는 죄 중에 가장 나쁜 죄가 ‘배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테는 배신은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죄악 중에서 가장 밉고, 더럽고, 비열한 최대의 죄악으로 본 것입니다.
초대 교회의 폴리갑은 화형을 당하기 전 로마의 권위자가 그에게 물었답니다. “어떠냐? 이제라도 네가 섬기는 예수를 모른다고 한 번만 부인하는 것이. 그러면 너는 살아 나갈 수 있다.” 그 로마인을 바라보던 폴리갑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강인하게 말합니다. “아니오. 나를 저 불 속에 던지시오. 어떻게 내가 그분을 부인할 수 있겠소. 오늘까지 그분은 나를 한 번도 외면한 적이 없는데!”
성경은 말세의 모습이 배신이라고 합니다.
“배반하여 팔며 조급하며 자고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딤후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