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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 그라나다힐 담임목사

인자의 몸으로 오신 성탄-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성탄 주일 예배 시간에 어느 자매님이 교회를 왔습니다.
예배 후 떠나지 아니하고 머뭇거립니다.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두렵다고 합니다.
너무나 큰 두려움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병원에서 종합 진단을 받는 중에
자신의 몸에서 커다란 종양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악성인지 양성인지를 열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1월 초순 수술 날짜도 잡혀 있습니다.

죽음의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죽음이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습해 오는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르는데 너무 힘에 겹다는 고백을 합니다.
그런데 가장 마음에 아픈 것은 그런 나의 실존 앞에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큰 빈방에서 홀로 가 되어 덩그러니 버려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자매님의 고백 앞에서 누가복음 10장의 여리고 고개의 숲속이 보였습니다.
여리고의 깊은 숲속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 빼앗고 때려서 거반 죽게 된 것입니다. 버려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더라]

그리고 지금 버려진 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그 사람이 보였습니다.

 깊은 산중입니다. - 어둡고 음침합니다.

 홀로 가 되어 있습니다. - 아무도 없습니다.

 인적이 끈긴 곳입니다. -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 주는이 없습니다.

 상처가 심합니다. - 지금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도와 달라 외칩니다.- 와 닿는 손길이 없습니다. 

겉은 멀쩡한데 안으로 피가 흐릅니다.
겉으로는 웃는데 안으로는 눈물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남 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데 안으로는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정신이 가물거립니다. 호소할 사람도 없습니다.
도와주세요? 안으로 부르짖는데 아무도 없이 홀로였습니다.
이제 이대로 서서히 굳어지고 죽어질 것입니다.

여리고 숲속에서 강도를 만나 홀로가 되어 버려진 채, 이제 서서히 죽어가는 그 사람의 모습을 자매님을 본 것입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함께 아팠습니다.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성탄의 절기만 되면 여리고 숲속에서 인생의 현장을 보게 됩니다.
따스한 아랫목 같은 천국의 영광을 비우시고 살을 에는 추위와 살벌함이 가득한 이 땅위에 낯설지 않는 인자가 되어 가난한 마음으로 가장 낮은 자리로 다가와 온 몸으로 인생을 체휼하시고 품어 주시는 그 분의 모습이 얼마나 고마운 지모를 일입니다.
함께 추위에 떨어 주었습니다. 함께 아파해 주었습니다.
손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품에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말해 주었습니다. 나도 알아 나도 가난과 빈곤 그리고 질고와 죽음도 다 체휼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 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너무 힘들지
너무 아프지
견디기 어렵지
이제 걱정하지 마
내가 버리지 않을 거야
내가 너 홀로 두지 않을 것이야
함께 해 줄게! 두려워하지 마!
그리고 이길 힘을 줄게 힘내! 알았지.
이것이 인자의 몸으로 성탄 하신 주님의 메시지였습니다.

성탄 주일 날
자매님은 예배 후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후 교제의 시간에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가 함께 중심으로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자매님도 함께 울면서 기도를 했습니다. 자매님이 말합니다.
올 때는 홀로 왔지만 가면서 많은 위로와 함께 주의 평안을 품고 가게
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잘 이겨나갈 것입니다. 주님이 함께하실 것입니다.
저는 그 자매의 뒷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외쳤습니다.
교회가 참 좋다.
성도님이 참 좋다.
성탄절이 참 좋다.
그리고 인자의 몸으로 예수님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면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