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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돌진한 자동차

글 : 안정섭 목사 (밴나이스 연합감리교회)

언젠가 동영상에서, 레스토랑으로 돌진한 자동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길을 이탈해서 레스토랑 벽을 들이받아, 안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었습니다. 이 비슷한 사건이 예전에 제가 살았던 덴버의 한 아이스크림 집에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베스킨 라빈스라는 아이스크림 집 벽을 한 자동차가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두 명의 아이가 죽임을 당한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일어난 그 사건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났을까 안타깝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비슷한 일이 우리 집에도 일어났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희가 살던 집이 코너에 있는 집이었는데, 집에서 아내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꽝’하는 굉음이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 무슨 일인가 밖으로 나가 봤더니, 한 검은 자동차가 우리 집 펜스를 들이받고는 자동차의 앞부분 절반가량이 우리 집 뜰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안에서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남학생 운전자와 그 옆 조수석에 앉아있던 여학생 한 명이 나왔습니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들도 엄청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아내가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놀라 당황한 모습을 보더니, 얼른 생수 두 병을 가져와 학생들에게 주며 안정을 시켜 주었습니다.
경찰이 오고, 견인차가 오고, 소동은 두 시간 만에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사건을 일으킨 운전자는 열일곱 살짜리 고등학생이었는데, 자기 여자 친구를 태우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돌다가 우리 집 펜스를 들이받은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놀란 것처럼 보이더니 어린 학생들답게 나중에는 자기네끼리 낄낄거리며 웃고 사진도 찍고 하더니 떠나갔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은 펜스가 부서지고, 두 그루의 나무가 부러지고, 꽃들과 잔디밭은 난리가 난 채 남겨졌습니다. 아무리 보험으로 처리를 한다지만 사고의 잔해들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키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그 자동차가 우리 집을 뚫고 들어올 때 반쯤 들어와 멈춘 것은, 자작나무를 들이받았을 때 그 나무의 뿌리가 들려서 자동차 중간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자리에 그 나무가 없었다면, 나무의 뿌리가 자동차를 막지 않았다면, 그 자동차는 우리 집 쪽으로 얼마나 더 들어왔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점심 먹기 바로 전까지 아내는 그 곳에 나가서 잡초를 뽑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일렀다면 어떤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집으로 들어와 한숨 돌리며 생각할수록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언제나 안전하기를 소망하고, 안전한 미래를 잘 준비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과연 아무리 잘 대비하고 준비한들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나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걸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때를 따라 도우시고 지키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살아가고 있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그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돌보심과 지켜주시는 은혜가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구나, 다시 한 번 깨닫고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찬송이 있습니다. “주 날개 밑 내가 편안히 쉬네 밤 깊고 비바람 불어쳐도 아버지께서 날 지켜 주시니 거기서 편안히 쉬리로다… 세상이 나를 위로치 못하나 거기서 평화를 누리리라.”
인생에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생각지도 않게 일어납니다. 아무리 계획해도 내 손을 넘어서는 일이 순식간에 벌어져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니 믿음을 갖는 게 참 축복입니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게 축복입니다. 그래서 주의 날개 아래 편안히 쉴 수 있고 주의 보호 안에서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게 축복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매순간 돌보고 계심이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믿고 살 수 있음이 참 감사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다시 치유되고 온전히 회복되어 활짝 웃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신문에 일어나는 일들만 봐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봐도, 내게 생기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만 생각해 봐도, 이 험한 세상에서 나 혼자 힘으로 너무 고달프지 않게 살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계심을 믿어서, 또 그 하나님이 나를 돌보고 계심을 믿고 확신해서, 불확실한 인생길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